끄적끄적/수필과 시30 그립다 그립다고 해서 다 그리운 것은 아니다허전하다고 다 그리운것도 비 온다고바람 분다고배고프다고 다 그리운 것도 아니다 그립다고 해서 다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뜨거운 정열로 만날 수 있는것도그립다고 해서 여유로운 시간이 주어지는 것도복권당첨 되듯 선택되는 것도 아니다 감 떨어지듯 하늘에서 뚝하는 것도길에서 동전 줍듯신호등 통과하듯운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 그립다고 다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남보기 부끄러운 것도감추고 싶은 것도가슴 저리게 아픈 것도다 그리운 것이다 남산에 노을 걸리듯이름 없는 뒷산에 달 걸리고 하느골 물소리요각골 새소리 남벌의 이맘때 밤꽃 향기학교종소리 아스라이 들리는 우리들의 웃음소리따스한 봄빛 속에 야외수업 그것이 그립다 -한용희- 2024. 4. 17. 친구들 잘 익는 과일처럼 곱게 늙는 친구들 보기 좋았네 잘 지어진 술창고에서 포도주 익어가듯 붉으스레 한 얼굴이 좋았고 이불섭에 감추어둔 추억을 꺼내어 다시 만져본 것도 좋았고 30여 년의 허리를 잘라 동신으로 돌아가니 꿈같은 시간이 흐르네 처음 보는 친구도 수십 년을 보아온 친척처럼 편안했고 어머니품처럼 따뜻했네 내가 본 그대로 내가 느낀 그대로 내가 바라는 그대로 잘 살게나 건강하게나 신이여 이들을 지켜 주소서 -한용희- 2024. 4. 17. 커피를 한잔 마시며 오늘은 문득 헤이즐넛 커피를 한잔 마시며닫혀 있던 가슴을 열고감춰 온 말을 하고 싶은 사람이꼭 한 사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외로웠던 기억을 말하면‘내가 곁에 있을게’ 하는 사람이별을 말하면이슬 고인 눈으로 보아주는 사람희망을 말하면꿈에 젖어 행복해 하는 사람험한 세상에 굽이마다 지쳐가는 삶이지만때로 차 한잔의 여유 속에서러움을 나누어 마실 수 있는마음을 알아주는 단 한 사람굳이 인연의 줄을 당겨 묶지 않아도관계의 틀을 짜 넣지 않아도찻잔이 식어갈 무렵따스한 인생을 말해 줄 수 있는 사람오늘은 문득 헤이즐넛 커피 향이 나는그런 사람이 그리워집니다.-배은미- 2024. 4. 10. 목련 목련 - 한용희 아직도 보고 싶은 것은 그대가 목련이기 때문입니다 하얀 얼굴에 긴 목은 당신이 목련입니다 사진 속의 한컷으로 남아있는 당신은 정지된 시간으로 영상 된 영원한 나의 목련입니다 그대 환영(幻影)은 부처님 사리 처럼 뼛속 어디엔가 남아 불사를 때 목련꽃잎으로 하얀 미소로 부활할 것입니다 무엇이 두려워 잎이 태어나기도 전에 한 줌 봄빛으로 꽃 피우고 흰 치마를 서둘러 거두었습니까? 북쪽을 바라보는 수심찬 그대 얼굴은 판박이처럼 각인된 그대 모습을 더 간절히 그려냅니다 2024. 4. 7. 봄 봄 - 한용희 산 넘고 들 넘은 실바람 소리에 귀 기울인다 고향을 넘어온 저 구름은 무슨 소식으로 날 반기는지 기린목 되어 허공을 본다 푸른 내움에 붉은 꽃잎은 또 지구공전의 시작을 알린다 고목이 부식되어 한 귀퉁이가 으스러지듯 팔다리 저리고 이빨 헐렁거리고 제집 오르기도 숨이 차고 모래시계 흐르듯 조금씩 사십 대 후반이 무너져간다 봄은 이제 시작일진대 새롭게 출발인 지금 한 줌뿐인 정열과 의욕을 보듬어 안는다 남은 시간보다 살아온 뒤가 긴 것은 이제 늙나 보다 2024. 4. 7. 그대는 누구십니까 차를 마시는데 소리 없이 다가와 찻잔에 담기는 그대는 누구십니까? 낙엽 밟으며 산길을 걷는데 살며시 다가와 팔짱 끼고 친구 되어 주는 그대는 누구십니까? 비를 보고 있는데 빗속에서 걸어 나와 우산을 씌워주는 그대는 누구십니까? 바람 없는 강둑을 걷는 데 물 위에 미소 짓는 얼굴 하나 그려놓고 더 그립게 하는 그대는 누구십니까? 푸른 내 마음에 그리움을 꽃으로 피우고 꽃과 함께 살자는 그대는 누구십니까? 커다란 별을 따서 내 가슴에 달아 주며 늘 생각해 달라는 그대는 누구십니까? 바람 타고 달려와 내 마음에 둥지 짓고 늘 보고 싶게 만든 그대는 누구십니까? 내 마음의 주인이 되어 보고 있는데도 더 보고 싶게 만드는 그대는 그대는 진정 누구십니까? 2024. 4. 1.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