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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희4

그립다 그립다고 해서 다 그리운 것은 아니다 허전하다고 다 그리운것도 비 온다고 바람 분다고 배고프다고 다 그리운 것도 아니다 그립다고 해서 다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뜨거운 정열로 만날 수 있는것도 그립다고 해서 여유로운 시간이 주어지는 것도 복권당첨 되듯 선택되는 것도 아니다 감 떨어지듯 하늘에서 뚝하는 것도 길에서 동전 줍듯 신호등 통과하듯 운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 그립다고 다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남보기 부끄러운 것도 감추고 싶은 것도 가슴 저리게 아픈 것도 다 그리운 것이다 남산에 노을 걸리듯 이름 없는 뒷산에 달 걸리고 하느골 물소리 요각골 새소리 남벌의 이맘때 밤꽃 향기 학교종소리 아스라이 들리는 우리들의 웃음소리 따스한 봄빛 속에 야외수업 그것이 그립다 -한용희- 2024. 4. 17.
친구들 잘 익는 과일처럼 곱게 늙는 친구들 보기 좋았네 잘 지어진 술창고에서 포도주 익어가듯 붉으스레 한 얼굴이 좋았고 이불섭에 감추어둔 추억을 꺼내어 다시 만져본 것도 좋았고 30여 년의 허리를 잘라 동신으로 돌아가니 꿈같은 시간이 흐르네 처음 보는 친구도 수십 년을 보아온 친척처럼 편안했고 어머니품처럼 따뜻했네 내가 본 그대로 내가 느낀 그대로 내가 바라는 그대로 잘 살게나 건강하게나 신이여 이들을 지켜 주소서 -한용희- 2024. 4. 17.
목련 목련 - 한용희 아직도 보고 싶은 것은 그대가 목련이기 때문입니다 하얀 얼굴에 긴 목은 당신이 목련입니다 사진 속의 한컷으로 남아있는 당신은 정지된 시간으로 영상 된 영원한 나의 목련입니다 그대 환영(幻影)은 부처님 사리 처럼 뼛속 어디엔가 남아 불사를 때 목련꽃잎으로 하얀 미소로 부활할 것입니다 무엇이 두려워 잎이 태어나기도 전에 한 줌 봄빛으로 꽃 피우고 흰 치마를 서둘러 거두었습니까? 북쪽을 바라보는 수심찬 그대 얼굴은 판박이처럼 각인된 그대 모습을 더 간절히 그려냅니다 2024. 4. 7.
봄 - 한용희 산 넘고 들 넘은 실바람 소리에 귀 기울인다 고향을 넘어온 저 구름은 무슨 소식으로 날 반기는지 기린목 되어 허공을 본다 푸른 내움에 붉은 꽃잎은 또 지구공전의 시작을 알린다 고목이 부식되어 한 귀퉁이가 으스러지듯 팔다리 저리고 이빨 헐렁거리고 제집 오르기도 숨이 차고 모래시계 흐르듯 조금씩 사십 대 후반이 무너져간다 봄은 이제 시작일진대 새롭게 출발인 지금 한 줌뿐인 정열과 의욕을 보듬어 안는다 남은 시간보다 살아온 뒤가 긴 것은 이제 늙나 보다 2024. 4.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