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 한용희
산 넘고
들 넘은
실바람 소리에
귀 기울인다
고향을
넘어온
저 구름은
무슨 소식으로
날 반기는지
기린목 되어 허공을 본다
푸른 내움에
붉은 꽃잎은
또 지구공전의 시작을 알린다
고목이 부식되어
한 귀퉁이가 으스러지듯
팔다리 저리고
이빨 헐렁거리고
제집 오르기도 숨이 차고
모래시계 흐르듯 조금씩
사십 대 후반이 무너져간다
봄은
이제 시작일진대
새롭게 출발인 지금
한 줌뿐인
정열과 의욕을 보듬어 안는다
남은 시간보다
살아온 뒤가 긴 것은
이제 늙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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