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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수필과 시

by 이은하수 2024. 4. 7.

양지 꽃


봄 

               - 한용희

산 넘고  
들 넘은  
실바람 소리에 
귀 기울인다 


고향을  
넘어온 
저 구름은  
무슨 소식으로 
날 반기는지  
기린목 되어 허공을 본다 

 

푸른 내움에
붉은 꽃잎은
또 지구공전의 시작을 알린다

 

고목이 부식되어
한 귀퉁이가 으스러지듯
팔다리 저리고
이빨 헐렁거리고
제집 오르기도 숨이 차고
모래시계 흐르듯 조금씩
사십 대 후반이 무너져간다

 

봄은
이제 시작일진대
새롭게 출발인 지금
한 줌뿐인
정열과 의욕을 보듬어 안는다

 

남은 시간보다
살아온 뒤가 긴 것은

 

이제 늙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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