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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따라 마음을 일으키고 너무 좋아할 것도 너무 싫어할 것도 없다. 너무 좋아해도 괴롭고, 너무 미워해도 괴롭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고, 겪고 있는  모든 괴로움은 좋아하고 싫어하는  이 두 가지 분별에서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늙는 괴로움도 젊음을 좋아하는데서 오고,  병의 괴로움도 건강을 좋아하는데서 오며,  죽음 또한 삶을 좋아함,  즉 살고자 하는 집착에서 오고,  사랑의 아픔도 사람을 좋아하는 데서 오고,  가난의 괴로움도 부유함을 좋아하는데서 오고,  이렇듯 모든 괴로움은  좋고 싫은 두 가지 분별로 인해 온다.  좋고 싫은 것만 없다면  괴로울 것도 없고 마음은 고요한 평화에 이른다. 그렇다고 사랑하지도 말고, 미워하지도 말고  그냥 돌처럼 무감각하게 살라는 말이 아니다.  사랑을 하되 집착이 없어야 하고.. 2024. 4. 1.
가을엔 맑은 인연이 그립다 서늘한 기운에 옷깃을 여미며 고즈넉한 찻집에 앉아 화려하지 않은 코스모스처럼 풋풋한 가을 향기가 어울리는 그런 사람이 그립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차 한 잔을 마주하며 말없이 눈빛만 바라보아도 행복의 미소가 절로 샘솟는 사람 가을날 맑은 하늘빛처럼 그윽한 향기가 전해지는 사람이 그립다. 찻잔 속에 향기가 녹아들어 그윽한 향기를 오래도록 느끼고 싶은 사람 가을엔 그런 사람이 그리워진다 산등성이의 은빛 억새처럼 초라하지 않으면서 기품이 있는 겉보다는 속이 아름다운 사람 가을엔 억새처럼 출렁이는 은빛 향기를 가슴에 품어 보련다 2024. 4. 1.
차 한잔의 여유 천 원 주고 구입한 작은 쟁반에차 한잔을 받쳐 들고 생각합니다 아침마다 창문을 열 수 있다는 것숲의 새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 참으로 감사하고 감사한 일입니다 미덥고 소중한 가족이 있다는 것속내 드러낼 친구가 있다는 것 이 또한 더없이 벅찬 기쁨입니다 그것만으로도 내 마음은 금세향기로 출렁이는 꽃밭이 됩니다 찻잔을 손바닥으로 감싸 봅니다 미지근한 온기만 느껴질 뿐뜨겁지 않네요 너무 뜨겁지도너무 차갑지도 않은 딱 이만큼의 여유를 누리고 싶습니다 2024. 3. 31.
기다림 속의 그리움 이른 아침 맑은 바람을 닮은 신선한 그리움이 이런날 길 나서면 기다림 속의 그리운 사람을 만날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들고 오랜 기다림 속의 그리움이 찾아와 사랑이 되어 줄것 같은 생각도 꽃진 자리에 다시 꽃이 피듯이 오늘 처럼 예감이 좋은날 서로가 이름을 불러주며 하루를 그리움으로 채워줄 사람 오랜 기다림 속의 그리움이된 한 사람을 만날수 있다면 참 좋겠다 2024. 3. 31.
보고 싶은 탓일까 마음이 자꾸만 두근거린다 너의 얼굴이 떠오르면 온몸은 동그랗게 말아 꼭 안고 너만 생각하고 싶어진다 너를 만나기도 전에 내 마음을 설레게 하는 마음씨 고운 너를 생각하며 웃고 또 웃으면 내 웃음이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마음이 자꾸만 분홍빛으로 물든다 너의 얼굴이 떠오르면 목젖까지 차오르는 너의 이름을 자꾸만 부르고 싶어진다 - 용혜원- 2024. 3. 31.
아버지 내 아버지의 하루는 쇠죽 끓이는 일로 시작 되셨지 아버지의 헛기침 소리 문지방 건너 토방으로 내려서면 새벽 찬 바람 서둘러 길을 갈랐지 작두날에 동강동강 썰린 짚여물 집채만한 가마솥 넘치도록 채우시고 넗은 아궁이 틈새따라 생솔가지 켜켜로 놓아 불을 붙이면 젊은 아버지의 기침 소리만큼이나 매캐하고 쿨룩한 연기 냄새 그을음 깊어진 흙벽 속속들이 밀치고 어린 팔남매 꿈길로 한사코 스며 들었지 쌀겨 한 바가지 귀한 양념처럼 버무려 투박하고 큼지막한 나무 됫박으로 푹푹 퍼 담은 여물통의 여물냄새 꼭 그만큼의 단내로 흐뭇해 하시며 티 없는 행복 몇겹이고 감아 올리셨지 외양간 부뜨막 모서리 올망 졸망 차지한 담배꽁초에 숯불 당겨뒷짐 지시면 누런 어미소 기인 되새김질 같은 내 아버지 눈 물 겹도록 고단한 하루의 문이 .. 2024. 3.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