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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수필과 시

아버지

by 이은하수 2024. 3. 31.

 

내 아버지의 하루는

쇠죽 끓이는 일로 시작 되셨지

 

아버지의 헛기침 소리

문지방 건너 토방으로 내려서면

새벽 찬 바람 서둘러 길을 갈랐지

 

작두날에 동강동강 썰린 짚여물

집채만한 가마솥 넘치도록 채우시고

넗은 아궁이 틈새따라

생솔가지 켜켜로 놓아 불을 붙이면

 

젊은 아버지의 기침 소리만큼이나

매캐하고 쿨룩한 연기 냄새

그을음 깊어진 흙벽 속속들이 밀치고

어린 팔남매 꿈길로 한사코 스며 들었지

 

쌀겨 한 바가지 귀한 양념처럼 버무려

투박하고 큼지막한 나무 됫박으로

푹푹 퍼 담은 여물통의 여물냄새

꼭 그만큼의 단내로 흐뭇해 하시며

티 없는 행복 몇겹이고 감아 올리셨지

 

외양간 부뜨막 모서리 올망 졸망 차지한

담배꽁초에 숯불 당겨뒷짐 지시면

누런 어미소 기인 되새김질 같은

내 아버지

눈 물 겹도록 고단한 하루의 문이 열였지

 

오늘은 아버지가 참 그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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