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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122

봄 - 한용희 산 넘고 들 넘은 실바람 소리에 귀 기울인다 고향을 넘어온 저 구름은 무슨 소식으로 날 반기는지 기린목 되어 허공을 본다 푸른 내움에 붉은 꽃잎은 또 지구공전의 시작을 알린다 고목이 부식되어 한 귀퉁이가 으스러지듯 팔다리 저리고 이빨 헐렁거리고 제집 오르기도 숨이 차고 모래시계 흐르듯 조금씩 사십 대 후반이 무너져간다 봄은 이제 시작일진대 새롭게 출발인 지금 한 줌뿐인 정열과 의욕을 보듬어 안는다 남은 시간보다 살아온 뒤가 긴 것은 이제 늙나 보다 2024. 4. 7.
그대는 누구십니까 차를 마시는데 소리 없이 다가와 찻잔에 담기는 그대는 누구십니까? 낙엽 밟으며 산길을 걷는데 살며시 다가와 팔짱 끼고 친구 되어 주는 그대는 누구십니까? 비를 보고 있는데 빗속에서 걸어 나와 우산을 씌워주는 그대는 누구십니까? 바람 없는 강둑을 걷는 데 물 위에 미소 짓는 얼굴 하나 그려놓고 더 그립게 하는 그대는 누구십니까? 푸른 내 마음에 그리움을 꽃으로 피우고 꽃과 함께 살자는 그대는 누구십니까? 커다란 별을 따서 내 가슴에 달아 주며 늘 생각해 달라는 그대는 누구십니까? 바람 타고 달려와 내 마음에 둥지 짓고 늘 보고 싶게 만든 그대는 누구십니까? 내 마음의 주인이 되어 보고 있는데도 더 보고 싶게 만드는 그대는 그대는 진정 누구십니까? 2024. 4. 1.
인연 따라 마음을 일으키고 너무 좋아할 것도 너무 싫어할 것도 없다. 너무 좋아해도 괴롭고, 너무 미워해도 괴롭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고, 겪고 있는  모든 괴로움은 좋아하고 싫어하는  이 두 가지 분별에서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늙는 괴로움도 젊음을 좋아하는데서 오고,  병의 괴로움도 건강을 좋아하는데서 오며,  죽음 또한 삶을 좋아함,  즉 살고자 하는 집착에서 오고,  사랑의 아픔도 사람을 좋아하는 데서 오고,  가난의 괴로움도 부유함을 좋아하는데서 오고,  이렇듯 모든 괴로움은  좋고 싫은 두 가지 분별로 인해 온다.  좋고 싫은 것만 없다면  괴로울 것도 없고 마음은 고요한 평화에 이른다. 그렇다고 사랑하지도 말고, 미워하지도 말고  그냥 돌처럼 무감각하게 살라는 말이 아니다.  사랑을 하되 집착이 없어야 하고.. 2024. 4. 1.
가을엔 맑은 인연이 그립다 서늘한 기운에 옷깃을 여미며 고즈넉한 찻집에 앉아 화려하지 않은 코스모스처럼 풋풋한 가을 향기가 어울리는 그런 사람이 그립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차 한 잔을 마주하며 말없이 눈빛만 바라보아도 행복의 미소가 절로 샘솟는 사람 가을날 맑은 하늘빛처럼 그윽한 향기가 전해지는 사람이 그립다. 찻잔 속에 향기가 녹아들어 그윽한 향기를 오래도록 느끼고 싶은 사람 가을엔 그런 사람이 그리워진다 산등성이의 은빛 억새처럼 초라하지 않으면서 기품이 있는 겉보다는 속이 아름다운 사람 가을엔 억새처럼 출렁이는 은빛 향기를 가슴에 품어 보련다 2024. 4. 1.
차 한잔의 여유 천 원 주고 구입한 작은 쟁반에차 한잔을 받쳐 들고 생각합니다 아침마다 창문을 열 수 있다는 것숲의 새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 참으로 감사하고 감사한 일입니다 미덥고 소중한 가족이 있다는 것속내 드러낼 친구가 있다는 것 이 또한 더없이 벅찬 기쁨입니다 그것만으로도 내 마음은 금세향기로 출렁이는 꽃밭이 됩니다 찻잔을 손바닥으로 감싸 봅니다 미지근한 온기만 느껴질 뿐뜨겁지 않네요 너무 뜨겁지도너무 차갑지도 않은 딱 이만큼의 여유를 누리고 싶습니다 2024. 3. 31.
기다림 속의 그리움 이른 아침 맑은 바람을 닮은 신선한 그리움이 이런날 길 나서면 기다림 속의 그리운 사람을 만날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들고 오랜 기다림 속의 그리움이 찾아와 사랑이 되어 줄것 같은 생각도 꽃진 자리에 다시 꽃이 피듯이 오늘 처럼 예감이 좋은날 서로가 이름을 불러주며 하루를 그리움으로 채워줄 사람 오랜 기다림 속의 그리움이된 한 사람을 만날수 있다면 참 좋겠다 2024. 3.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