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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좋은 글과 명언

고목에도 꽃 피는 계절에

by 이은하수 2025. 4. 5.

 

세울은 흐르고 흘러

강물처럼 지나갔건만

한때 푸르렀던 나의 가지는

어느덧 거칠고도 굳세게 굽어

있구나

비바람 속에 긴 밤을 새운적도

있었으나 봄이 오면 다시금

꽃이 피듯 내 안에도 남은 온기가

있음을 깨닫노라

 

젊은 날엔 바람 따라 흔들리며

하늘만 바라보았건만 이제는

뿌리 깊이 내려앉아

땅의 온기를 해아리는구나

 

손에 쥐었던 것들 부질없는

욕망과 지나간 후회를

하나 둘 내려놓고 서야

비로소 빈 손이 가벼운 줄 알았노라

그러나 나이 듦이 어찌 시듦이랴

 

꽃은 지되 다시 피어나고

달은 기울되 다시 차오르듯

내 삶도 그러하려니

고목이라 한들 봄이 오면

그 마른 가지 끝에도

어여쁜 꽃 하나 피어날지니

인생 또한 그러하리라.

 

  봄인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