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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좋은 글과 명언

첫 사랑

by 이은하수 2024. 12. 22.

 

그대를 처음 보았을 때   
내 삶은 방금 첫 꽃송이를 터뜨린   
목련나무 같은 것이었다   

아무렇게나 벗어놓아도 음악이 되는   
황금의 시냇물 같은 것이었다
   
푸른 나비처럼 겁먹고   
은사시나무 잎사귀 사이에 눈을 파묻었을 때   
내 안에 이미 당도해 있는   
새벽안개 같은 음성을   
나는 들었다
   
그 안갯속으로   
섬세한 악기처럼 떨며   
내 삶의 비늘 하나가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곧 날이 저물었다   

처음 세상에 온 별 하나가   
그날 밤 가득 내 눈썹 한끝에   
어린 꽃나무들을 데려다주었다   
날마다 그 꽃나무들 위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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